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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냄과키움] 토끼 VS 염소 (2015년 6월 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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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토끼를 기른 적이 있습니다. 몇 마리만 들어가도 비좁지만 풀만 제때 가져다주면 토끼는 무럭무럭 잘 큽니다. 반면에 염소는 다릅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염소는 먹이도 중요하지만 올라가야 할 경사진 환경이 필요합니다. 가파른 벼랑 위를 끝없이 올라가도록 하나님께서 염소를 만드신 것 같습니다.

요즘 ‘삼시세끼’라는 예능에 나오는 '펄'과 '다이아'라는 염소도 묶여 있어서 그렇지, 더 어릴 때 모습을 보면 높은 곳에 올라서거나 주변에 보이는 짐승이든 사람이든 만만해 보이면 점프해서 넘어가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밍키’라는 강아지는 줄에 묶인 채 개집에만 있어도 그다지 불편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길들여진 탓이겠지요.

유학 상담 중에 “우리 아이는 어떤 학교를 보내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아주 흔합니다. 정답이랄 것은 없지만 ‘아이의 준비정도와 부모님의 재정상황에 따라 적절한 곳을 고르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그런데 간혹 상위 15위권 안에서 학교를 찾아 달라는 식으로 랭킹을 지정하면서 상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높은 순위의 학교 혹은 명문 학교를 추천받기 원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명문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이럴 때 컨설턴트는 고객이 원하는 데로 방법을 찾아 줄 수도 있지만, 진정한 고수는 학생의 상태와 준비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요청을 하는 아이의 경우 성적이나 영어준비가 매우 잘 되어 있을 수는 있는 데, 정작 성품이나 성격은 이런 치열한 환경에서 적응할 준비가 안 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아이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환경이 주어지면,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마음껏 활개를 치기도 하지만, 어떤 아이에게는 조용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공부하는 것이 잘 맞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도시, 농촌을 망라하여 치열한 경쟁을 장려하는 학교가 많습니다. 적응을 못해서 적당히 길들여지거나 치열하게 공부하는 것보다, ‘보다 나은 환경에서 공부를 시키려고’ 유학을 선택하는 경우라면 의미 없는 랭킹보다는 내 아이와 잘 어울리는 학교를 선택하는 게 현명합니다. 유명 기숙학교일수록 소위 아이비리그에 보내는 비율이 높지만, 영재급 아이들이 수두룩한 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을 때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어느 유명 연예인의 자녀를 유학 보낸 경험이 생각나는 군요. 아빠의 이미지와 다르게 엄마가 갖고 있는 유학에 대한 기준이 지나치리만큼 높았습니다. 전문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보냈던 처음 학교에서 그의 자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것처럼 힘들다"면서 다른 학교로 옮겨 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결국 마음 편하게 공부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학교에 가서야 아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토끼에게 가파른 낭떠러지는 공포입니다. 염소에게 비좁은 우리는 염소를 병들거나 초라하게 기르는 방법입니다. 이처럼 토끼 혹은 염소를 위한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여기에 적합한 유학 방법을 선택하는 게 현명한 부모입니다. 나는 거친 낭떠러지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은 또 다른 존재라는 걸 인정해야 자녀의 교육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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